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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리뷰

<피의 연대기> 유사 이래 금기시되어 온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by 잎람쥐 2022. 11. 22.

최근 직장에서 좋은 기회로
미디어 소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준다고 해서 가보니
알고 보니 미디어 소모임이었던 것이다.

 

멋진 직장인이라면 독서토론모임 등
자기 계발 모임에 참여한다고 하던데.
나는 내 앞길 챙기기에 급급해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살았다.

 

이번 모임의 숙제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고
생각해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접하게 된 <피의 연대기>



⚪다큐멘터리 정보

  •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 플레이타임: 1시간 23분
  • 감독: 김보람
  • 내용: 매달 한 번, 평생 수백 번, 피 흘리는 여성들. 근데 왠지 감춰야 할 것 같았다고? 이제 생리에 대해 터놓고 말해보자. 생리 혐오와 생리용품의 역사를 비롯해,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생리 집중 탐구 다큐멘터리.

 

 

세상 인구의 반이 당연히 경험하는 생리.
여성은 인생의 30-40년간 생리를 경험한다.

유사 이래 인간의 생리란
'생리현상'이 당연한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움에도,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금기시되어 왔다.

나 역시 생리대는 파우치에 숨겨야 하는 것,
소리 내어 말하면 안 되는 것,

생리에 관한 의문과 문제들은
그저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오고 있었다.

같은 여성들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과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했던 듯하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기독교에서 이브가 원죄로 인해
생리하며 임신하게 되었듯,

그리스인들도 생리란 남성의 정액보다 못한 것이
불그스름하게 나오는 것으로 여겼다고 하고,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도 여성의 생리를
불결한 것, 죄와 연결 지어 생각했다는 점이다.


다큐에서 어머니·할머니 나이대의 한국 여성들이
현대식 생리대 없이 면 생리대를
어떻게 '직접' 만들어서 차고 다녔는지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불편하고
일상생활을 방해했는지

설명해 주시는 장면이 있다.

인류의 역사 이래 여성은 생리를 해왔는데,
그 여성의 편리를 위한 물건이
이토록 최근까지 발전이 없었다는 것은
생리가 얼마나 이야기되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면 생리대

 

생리컵과 피

 

이 다큐멘터리는 2022년 현재에조차
여전히 금기시되는 영역에 있는
여성의 몸과 생리현상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하고,

문화나 사회적 시선과 연결지어
그 맥락을 고민해 보게 한다.

다양한 생리용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부분을 적어두고자 한다.

산부인과 의사분의 인터뷰였는데,

생리 컵을 이용하면서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생리대에서 화학물질과 결합되고
응고된 상태의 혈액만 보아오다가

생리 컵 안에 받아진 순수한 혈액을 씻어낼 때

건강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내 몸 안의 조직이었던 피구나.
그렇게 특별한 냄새가 나거나 불결한 것이 아니고,
감추어야 할 것도 아니고,
그것을 씻어내고 생리 컵을 깨끗이 하는 것은

분명히 생리대를 착용하면서 살아온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이
느껴보지 못한 건강함이라고.

<피의 연대기>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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