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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리뷰] 적당히 가까운 사이

by 잎람쥐 2022. 2. 18.


최근에 몇 달간 소중히 여겨오던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관계의 맺고끊음에 아직도 서투른 나이 삼십대. 괜찮다며 마음을 정리해 보지만 실은 괜찮지 않기에 자책하고 다시 아파진다. 경험상 시간만이 이런 상실감을 위로해 준다.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거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럴 때 나의 해소법은

1. 일기 쓰기
인터넷에 쓰는 것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한다. 인터넷에 비밀글로 쓰는 것보다 더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자기만의 종이 일기장에 날것의 상황을 기록해본다.

2. 파괴하기
말 그대로 특정 물건들을 파괴한다. 오로지 해소의 목적으로 볼펜 하나를 다 쓸 때까지 펜질을 하거나 공책을 찢거나, 마당에 자란 잡초들을 전부 제거할 때까지 육체노동을 하거나.

3. 책 읽기
인문서를 주로 읽는데 대중없다.

이 중에서 이번에는 3번을 택해서
인터넷에 검색해서 당일배송으로 책을 받았다.
밤에 시작한 독서는 의외로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책의 제목이 <적당히 가까운 사이> 여서 고르게 됐는데 한 자리에서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감가는 조언들로 가득하다. 어쩌면 저자분의 성향이 나와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인간관계에서 겪는 수많은 고민들과 실수들을 이 분도 비슷한 지점에서 경험해보신 것 같아서 더욱 마음이 갔다.

http://naver.me/GazbCPPa

적당히 가까운 사이 : 네이버 통합검색

'적당히 가까운 사이'의 네이버 통합검색 결과입니다.

m.search.naver.com


마음에 들어온 몇 구절을 발췌해 보았다.

사춘기라고 부를 만한 시기를 별다르게 경험하지 않고 자라서인지 뒤늦게 오춘기를 호되게 겪었다. 그 시기에 주변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나는 매사에 고집쟁이였다. 친밀한 관계에서 좌절된 자존감을 비뚤어진 방식으로 증명하려 과한 에너지를 쏟느라 진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돌아보면 그게 가장 안타깝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종국에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보다 내 의견을 인정받을 때까지 반항하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즉 상대의 의견을 꺾고 내 것을 고집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지속되면 스스로의 선택에 확신을 갖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시도하는 것에도 과하게 불안을 느끼고 망설인다. 더 이상 자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71쪽)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물론 단순히 나이에 따른 숫자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동안 몇 번이나 찍어 본 드라마라 그렇다. 상대가 대사 한두 마디만 읊어도 나는 이 미니시리즈의 결말을 멋대로 예측하고는 냉소적으로 변한다. (201쪽)
관계에서 그 '주는' 행위 뒤에 따르는 보상심리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내가 사랑을 준 만큼 무언가를 돌려받고 싶은 마음은 상대방의 삶을 일정 지분 소유할 수 있다는 착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알아챈 상대방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언젠가 돌려주어야만 한다는 부채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221쪽)


공감가는 구절이 있었다면 혹시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한 번쯤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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